– 한때 인천의 중심,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오늘은 인천 신포동을 걸었습니다.
낮게 깔린 조명, 고요한 바람, 그리고 어딘가 아련한 거리의 풍경.
한때 인천의 중심이자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던 이 거리는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요?
신포동의 메인 거리는 지금 거의 '텅 빈 상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임대 간판이 줄지어 붙어 있고, 그 옆 가게도 또 임대.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야 조금 덜하다는 느낌일 정도로 공실이 많아졌습니다.
시간은 월요일 저녁 6시.
한창 퇴근 시간일 텐데도 거리는 너무 조용했습니다.
이 정도 유입으로는 상권이 유지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하지만 신포동은 '죽은 거리'만은 아닙니다.
주말이면 완전히 다른 동네가 되죠.
특히 신포시장은 주말마다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서울 풍물시장 못지않은 활기와 북적임.
관광객, 가족 단위 방문객, 외국인들까지 한데 어우러진 풍경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다만 이 활기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평일 저녁 7시만 되면 가게들이 셔터를 내리기 시작하고, 거리는 금세 조용해져 버립니다.
신포동은 긴 역사를 지닌 동네입니다.
80~90년대만 해도 인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곳에서 데이트도 하고 쇼핑도 했죠.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신도심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구월동, 주안동, 송도, 청라 등으로 사람들이 이동했고,
이젠 각 지역마다 대형 아파트 단지와 복합 상권이 들어서
굳이 신포동까지 나올 필요가 없어졌죠.
그 결과, 신포동의 유동인구는 줄어들고,
공실률은 늘었으며, 임대료도 예전보다 많이 낮아졌습니다.
요즘 시대를 반영하는 거리
그런데 이런 분위기는 신포동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요즘 한국의 도시 곳곳에서 비슷한 침묵이 흐르고 있어요.
한때 '부동산 불패'라 불리던 시절,
4억으로 아파트 4채를 갭투자 했던 사람들은 지금 그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중 몇몇은 전세금도 못 돌려주고, 경매로 넘어간 곳도 있죠.
지방에서 4억에 분양된 전원주택은 이제 6천만 원에도 거래가 안 되는 실정.
중장년층의 취업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입니다.
경력도, 스펙도 통하지 않고 자녀 학원비를 벌기 위해 배달이나 파트타임 일을 전전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단가가 낮아지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예요.
외식은 줄고, 배달 수요도 주춤하고, 제조업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결혼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바뀌었고,
소비는 필수만 남고 여유는 사라졌습니다.
경제의 순환이 멈추고,
모든 업종이 체감경기 악화를 말하고 있는 지금,
그 흐름이 거리에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조용한 신포동은 단순히 이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스란히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남아 있는 매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신포동을 '느린 여행지'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빠르게 흐르는 도시의 시간 속에서
잠시 멈춰 쉴 수 있는 옛 골목의 분위기.
그게 바로 신포동만의 매력이 아닐까요?
신포시장에서 만두 하나 사서 골목 분식집에서 어묵 하나 먹고,
조금만 걸으면 차이나타운이 나옵니다.
붉은 색감의 중국풍 건물, 벽화 골목, 짜장면의 원조집, 예쁜 카페들까지.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도 많고, 이국적인 분위기도 느껴집니다.
거기서 조금 더 걸으면 월미도까지 연결됩니다.
신포역에서 바다열차를 타고 놀이공원, 바다 전망, 회 센터까지
하루 코스로 즐기기 딱 좋습니다.
지금 신포동은 예전만큼의 활기는 없지만,
오히려 그 고요함 속에서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곳입니다.
조용한 오후, 느긋하게 걷고 싶은 날이 있다면
신포동, 추천드려요.